<p></p><br /><br />지난해 10월 기획재정부가 정부 부처에 돌린 공문입니다. <br> <br>연말까지 단기 일자리라도 빨리 만들라는 내용이었죠. 일자리 통계가 나빠지니 어떻게든 숫자를 높여보고 싶었을 겁니다. <br> <br>공공일자리는 이런 식으로 소폭 늘어났습니다. <br> <br>세금을 써서 급히 만든 단기 공공 일자리, 제대로 돌아가고 있을까요. <br><br>지금부터 3가지 사례를 통해 실상을 짚어봅니다. <br> <br>허욱 기자의 더 깊은 뉴스입니다.<br><br>[리포트]<br>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는 두 사람. <br> <br>[현장음] <br>"안녕하세요. (제품이) 어디 어디에 있나요?" <br> <br>해외 라텍스 제품의 라돈 방출량을 확인하러 온 측정 요원입니다. <br> <br>[라돈 측정요원] <br>"라돈이 방출되는 걸 이용한 게 엑스레이예요. 엑스레이가 순간적으로 피폭되는 게 1mSv예요. 그렇다고 우리가 흉부엑스레이 안 찍나요?" <br> <br>하지만 엑스레이 1회 촬영시 실제 피폭량은 0.01mSv, <br> <br>[라돈 측정요원] <br>"우리는 기준을 250Bq/㎥으로 하지만 미국은 148Bq/㎥로 놓는다고 하잖아요." <br> <br>이것도 잘못된 설명입니다. <br> <br>우리의 실내 대기 중 라돈 권고 기준치는 미국과 동일합니다. <br><br>우리나라 취업자 수는 2017년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는데 지난해 8월에는 3천 명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. <br> <br>그러자 정부는 지난해 10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단기일자리 대책을 내놨습니다. <br> <br>해외라텍스 제품 구입자를 대상으로 한 라돈측정 서비스도 당시 내놓은 대책 중 하나였습니다.<br> <br>문제는 4시간 교육을 받고 곧바로 투입되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, 현장에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불만이 폭주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엉뚱하게도 이 사업은 여론조사 회사가 맡았습니다. <br> <br>[이덕환 / 서강대 화학과 교수] <br>"여론조사 기관에서 여론 확인하듯이 모집해서 기술적인 업무를 맡긴다는 것은… 그냥 아무나 할 수 있는 일로 착각을 하는 거죠." <br><br>겨울철 화재위험에 노출된 전통시장에는 지난해 말부터 화재 감시와 환경 미화 업무에 925명이 투입됐습니다. <br> <br>역시 정부 대책으로 나온 단기 일자리입니다. <br> <br>[○○시장 화재 감시원] <br>"하루에 저희가 밤 10시부터요. 거의 1시까지 근무해요. 일주일에 10시간 30분을 채워야 해요." <br> <br>정부지원금으로 사람을 뽑을 수 있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습니다. <br> <br>[○○시장 상인회장] <br>"갑작스럽게 공문이 내려와서 4명을 갑작스럽게 (뽑기 어려웠고), 시장 사람이 아닌 외부 사람을 하려 하니까 쉽지 않아서." <br> <br>담당 부처는 전통시장 지킴이 지원자가 적은 이유를 업무가 고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. <br> <br>[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] <br>"서류 분류하는 것도 있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저희는 몸을 좀 움직이는 일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." <br><br>과연 그럴까. <br> <br>정부가 에너지 지킴이 선발 지침을 내렸던 한 국립대학교. 에너지 지킴이는 2명이 한 조를 이뤄 빈 강의실의 불을 끄는 일입니다. <br> <br>추가공고까지 냈지만 채용 목표에 한참 미달입니다. <br> <br>[△△대학교 관계자] <br>"(30명이 지침인데 지금 17명이요?) 네. 그렇죠" <br> <br>대학관계자는 일자리 명목으로 투입된 나랏돈을 공짜 장학금 정도로 여기고, <br> <br>[△△대학교 관계자] <br>"장학금 명목이죠. 장학금. 어떻게 보면. 장학금의 일환이지 일자리로." <br> <br>학생들도 코웃음을 칩니다. <br> <br>[△△대학교 학생] <br>"저희 과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그 수업 끝나면 그 강의실 잠그고 불 끄고. 거의 조교님이 하는 거 같아요. 여기 있는 건물은 다 (자동으로) 꺼져요. 신식 건물은 다 꺼져요." <br> <br>전문가들은 정부의 단기적 처방을 질타합니다. <br> <br>[박상인 /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] <br>"단기 일자리 5만 개를 만들어서 한 달, 두 달 통계가 좋아지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. 정말 재정을 낭비하는 그런 정책들, 결국은 국민들에게 꼼수라는 식으로 신뢰까지 잃게 되는 거죠." <br> <br>채널A 뉴스 허 욱입니다. <br> <br>wookh@donga.com <br> <br>연출 : 천종석 홍주형 <br>구성 : 지한결 손지은 이소희 정채영 <br>그래픽 : 안규태